골프 시즌이 반환점을 돌아 성수기인 가을로 접어들었다. 봄·여름 손맛을 이어가려면 본격적으로 라운드 일정을 잡기 전에 클럽 상태를 중간점검할 때다. 소나기에 흠뻑 젖은 아이언을 트렁크에 넣은 뒤 방치했거나, 딱히 관리 없이 사용해왔다면 클럽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.
전문가들은 1년 또는 40회 라운드 후 그립을 교체하라고 권한다. 상대적으로 그립을 약하게 쥐는 여성 골퍼는 2년에 한 번 그립을 갈아주면 좋다. 백스윙 톱에서 그립이 손에 붙지 않거나 그립 표면 상태가 반질반질해도 바꿀 때가 됐다는 신호다. 찢어지거나 작은 홈이 생겨 그립이 손상됐을 경우에도 과감히 바꿔야 한다.
관리도 중요하다. 라운드 후 물수건으로 그립을 닦아주면 그립 수명이 길어진다. 세제 등을 묻힌 천으로 문지른 뒤 미지근한 물로 행구고 말려도 된다. 가장 좋은 그립은 쥐었을 때 가장 편안한 그립이다. 골프 그립은 크게 실그립과 고무그립으로 나뉘는데, 고무그립은 마모가 빠른 대신 밀착감이 좋다. 고무 소재에 실을 넣어 만든 실그립은 마모가 적은 대신 딱딱하다. 김용준 프로는 “비싼 그립 한 개 살 돈으로 싼 그립을 더 자주 바꿔주는 것이 좋다”고 조언했다.
웨지는 짧은 거리에서 공을 세울 때 쓰는 클럽인 만큼 그루브 상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. 그루브는 웨지 클럽 헤드에 파여 있는 홈을 말한다. 공이 클럽 헤드와 맞닿을 때 마찰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. 웨지의 수명은 대부분 그루브 상태와 연관돼 있다. 잘 맞았다고 생각한 공의 런(run)이 많다면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. 그린 위 낙구 지점에 볼마크가 깊게 파였는데, 볼마크에서 7~10발짝 이상 떨어진 곳에 공이 멈춰선다면 웨지 교체 시기가 다가왔다고 봐야 한다.
그립 시 클럽이 헛도는 느낌이 든다면 새 장갑을 꺼내야 한다. 클럽을 쥐는 손바닥 부분이 매끈해지거나 표면이 닳아도 아끼지 말고 새 장갑으로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. ‘헌 장갑’을 연습용 장갑으로 사용하는 골퍼도 많다. 하지만 전문가들은 헌 장갑을 과감히 버리고 연습도 새 장갑으로 하라고 권한다. 김용준 프로는 “낡은 장갑은 미끄럽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그립을 꽉 쥐게 된다”며 “원래 쥐던 세기로 클럽을 잡을 수 없어 일관된 스윙을 하기 어려워진다”고 했다.
그라파이트 샤프트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. 그라파이트는 탄소섬유를 실로 뽑아 촘촘하게 엮은 뒤 이를 말아서 만든 샤프트다.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트렁크에 오래 방치하면 감아 놓은 탄소섬유가 늘어지거나 처져 탄성을 잃는다. 전문가들은 퍼터와 웨지를 제외한 클럽은 적어도 4~5년에 한 번씩 교체하기를 권한다. 1년 40회 이상 라운드를 하는 ‘마니아 골퍼’라면 2~3년으로 주기를 당기는 것이 좋다.
조희찬 기자 etwoods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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